공모주는 '회사의 미래'를 미리 사는 투자입니다.
그런데 그 미래가 처음부터 부풀려져 있었다면요?
"올해 영업이익 108억 원 예상"이라고 증권신고서에 적고 상장한 회사가 있습니다. 1년 뒤 실제 영업이익은 얼마였을까요?
👉 단 1억 원.

이게 한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더 문제입니다. 지난해 코스닥에 특례상장으로 들어온 회사 대부분이 상장할 때 내건 실적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모주 청약을 하거나 신규 상장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알아두셔야 할 내용이라 정리해 봤습니다.
📌 3줄 요약
- 2025년 코스닥 특례상장 37곳 중 35곳(약 95%)이 상장 때 제시한 실적 미달
- 영업이익 기준 평균 괴리율 196.5%… 2026년 상장사들도 같은 흐름
- 부풀린 실적 → 높은 공모가 → 상장 후 주가 하락 → 피해는 개인투자자
1. 특례상장, 어떤 제도길래?
원래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이나 이익 같은 재무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기술력은 좋은데 아직 돈을 못 버는 회사도 있죠. 바이오, AI, 로봇 같은 분야가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2005년 도입된 것이 기술특례상장입니다. 외부 전문기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적자여도 상장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춰준 제도예요. 이 밖에 이익을 아직 못 냈지만 성장성을 보고 상장시키는 '이익미실현(테슬라 요건)' 특례도 있습니다.
문제는 몸값(공모가)을 매기는 방식입니다. 지금 이익이 없으니, "앞으로 몇 년 뒤 이만큼 벌 것"이라는 미래 추정 실적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계산합니다. 추정치를 높게 잡을수록 공모가도 올라가는 구조죠.
2. 숫자로 보면 더 심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아시아경제가 분석한 내용입니다.
구분내용
| 2025년 코스닥 신규 상장(스팩 제외) | 69곳 |
| 추정 실적으로 공모가 산정 | 37곳 (전부 특례상장: 기술 34 + 이익미실현 3) |
| 2025년 추정 실적 달성 | 단 2곳 (둘 다 11월 이후 상장 → 1년 실적이 거의 나온 뒤 상장) |
| 미달 35곳 평균 괴리율 | 영업이익 196.5% / 순이익 209.5% / 매출 27.9% |
사실상 "제대로 맞힌 곳은 0곳"에 가깝다는 얘기입니다. 앞서 금감원이 2022~2024년 상장사 중 추정 실적으로 공모가를 매긴 105곳을 점검했을 때도, 상장한 그해 추정치를 달성한 곳은 6곳(5.7%)뿐이었습니다. 2023년 10월부터 괴리율 공시를 강화했는데도 2025년 상장사에서 같은 일이 되풀이된 셈이죠.

3. 실제 사례: 얼마나 빗나갔나
📉 와이즈넛 (AI 에이전트)
- 상장 때 제시한 2025년 전망: 매출 543억 원, 영업이익 108억 원
- 실제 결과: 매출 347억 원, 영업이익 1억 원
- 회사 설명: 2024년 말 계엄 사태 여파로 2025년 1분기 공공·민간 IT 사업 발주가 줄었다는 입장
📉 오름테라퓨틱 (바이오) — 작년 상장사 중 격차 1위
- 상장 때 제시한 2025년 전망: 매출 369억 원, 영업적자 95억 원
- 실제 결과: 매출 2,300만 원, 영업적자 517억 원 (영업이익 괴리율 440%)
- 회사 설명: 협력 파트너사의 개발 일정 변경, 환율 상승 등의 영향
4. 올해(2026년) 상장사도 비슷한 조짐
아시아경제가 올해 상반기 추정 실적으로 공모가를 정한 신규 상장사 10곳을 살펴본 결과, 상당수가 연간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합니다.
- 카나프테라퓨틱스(3월 상장): 연 매출 49억 원 전망 → 상반기 매출 1억 원대. 연간 예상 영업적자 106억 원 중 101억 원을 상반기에 이미 기록
- 코스모로보틱스(5월 상장): 연 매출 129억 원·영업적자 59억 원 전망 → 상반기 매출 25억 원, 영업적자는 이미 59억 원
코스모로보틱스는 상장 과정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진 날 주가가 하한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회사 측은 문제가 된 매출이 적법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5. 왜 자꾸 부풀릴까?
① 다 같이 이득을 보는 구조
추정 실적을 높게 잡으면 기업가치와 공모가가 올라가고, 회사에 들어오는 자금도 커집니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의 수수료, 미리 투자한 벤처캐피탈(VC)의 지분 가치도 함께 오르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니 매년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② 비교 대상 고르기의 함정 (PER 왜곡)
공모가는 보통 '비슷한 상장사의 PER(주가수익비율)'에 추정 이익을 곱해서 정합니다. 그런데 학계 연구에 따르면, 특례상장사들이 고른 비교기업이 실제로는 재무 구조가 전혀 다른 우량 기업인 경우가 많아 PER 자체가 높게 잡히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익도 부풀리고, 곱하는 배수도 높이니 공모가가 두 번 뻥튀기되는 셈입니다.
6. 결국 손해는 누가 볼까?
상장 초기에 비싸게 형성된 주가는 실적이 확인되면서 내려옵니다. 그 과정에서 손실은 상장 후 뒤늦게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에게 몰리기 쉽습니다.
특히 위험한 조합은 "실적 미달 + 대주주 지분 매각"입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추정치가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진 기업일수록, 보호예수가 풀린 최대주주가 지분을 팔 때 주가 폭락 위험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시장이 이를 "회사 내부자도 기술 성공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신호로 읽기 때문이죠.

7. 공모주 투자 전 체크리스트 ✅
- 상장 유형 확인 — 기술특례·이익미실현 특례인지 증권신고서에서 먼저 확인하기
- 추정 실적의 근거 보기 — 지금 매출이 10억인데 2~3년 뒤 수백억을 전망한다면 근거(수주·계약)가 구체적인지 따져보기
- 비교기업 목록 확인 — 규모·사업 구조가 너무 다른 대기업·우량주를 비교 대상으로 삼지 않았는지
- 보호예수 해제 일정 체크 — 최대주주·기관 물량이 풀리는 시점(1개월·3개월·6개월 등) 미리 메모하기
- 주관사 '전적' 보기 — 같은 증권사가 과거 상장시킨 회사들의 추정치 대비 실제 실적(괴리율) 확인하기
- 상장 후 사업보고서 읽기 — 특례상장사는 추정치를 못 지킨 이유를 사업보고서에 적어야 하므로, 보유 중이라면 꼭 확인하기
마무리
특례상장 자체가 나쁜 제도는 아닙니다. 당장 돈은 못 벌어도 기술 하나로 성장하는 회사에 자금 조달의 길을 열어준다는 의미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그 길이 "부풀린 숫자로 비싸게 팔고 빠지는 통로"가 되면, 결국 시장 전체의 신뢰가 무너지고 그 비용은 개인투자자가 치르게 됩니다.
"상장 첫날 따상"보다 중요한 건 그 회사가 약속한 숫자를 실제로 지킬 수 있느냐입니다. 다음 공모주 청약 전에는 증권신고서의 추정 실적 페이지부터 한 번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 본 글은 아시아경제 「[단독] "100억 넘게 번다더니 겨우 1억"…95%가 이랬다, 코스닥 특례상장 왜」(2026.10.6)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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